연유가 들어간 베트남식 연유커피의 탄생 비화

서론: 전 세계가 사랑하는 '카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꼭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커피’입니다. 특히 얼음과 함께 마시는 **연유 커피, 카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는 베트남식 커피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진하고 쌉싸름한 커피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연유가 어우러진 맛은 그 어떤 커피와도 다른 매력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연유 커피’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보신 적 있나요? 이 글에서는 베트남식 연유 커피의 기원, 역사적 배경, 제조 방식, 그리고 세계적인 인기 요인까지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베트남 커피의 시작: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서 비롯되다
★ 프랑스 식민지 시기의 영향
베트남에서 커피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식민지 통치 시기입니다. 프랑스는 자국의 식문화를 베트남에 이식하면서 커피도 함께 들여왔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진한 커피를 즐겼으며, 우유를 곁들인 커피를 주로 마셨습니다.
하지만 당시 베트남은 더운 기후와 낙후된 유통 시스템으로 인해 생우유 보관이 매우 어려웠고, 우유 공급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식민정부와 이주민들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연유(Condensed milk)**였습니다.
★ 연유의 등장
연유는 19세기 미국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우유에 설탕을 넣고 졸여 만든 보존성이 높은 식재료입니다. 냉장 시설이 부족했던 시절,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베트남에서도 연유를 이용해 우유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이 연유는 곧 베트남 현지에서도 커피에 넣는 필수 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카페 쓰어 다의 탄생: 우연과 필요에서 태어난 조합
★ 카페 + 쓰어(연유) + 다(얼음)
베트남식 밀크커피의 이름인 **‘카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는 말 그대로 **‘커피 + 우유 + 얼음’**을 뜻합니다. 여기서 ‘쓰어(sữa)’는 연유를 의미하고, ‘다(đá)’는 얼음을 뜻합니다.
이 조합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생존형 레시피였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운 베트남에서는 뜨거운 커피보다는 시원한 커피가 필요했고, 냉장 우유를 구할 수 없던 시절에는 연유가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가 바로 오늘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페 쓰어 다’입니다.

3. 베트남식 연유 커피의 특징
★ 진한 로부스타 원두
베트남은 전 세계 로부스타 커피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국가입니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고 쌉싸름한 맛과 무게감 있는 바디감이 특징입니다. 이 진한 커피와 연유의 달콤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 연유의 비율
베트남 연유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연유의 양입니다. 일반적으로 1~2스푼의 연유가 컵 바닥에 들어가며, 여기에 진하게 추출한 커피를 부어 잘 섞은 뒤 얼음을 넣습니다. 연유는 커피의 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며, 특유의 캐러멜 향과 농도가 커피에 깊이를 더해 줍니다.
★ 까페 핀(Phin)을 이용한 추출
베트남식 커피는 ‘까페 핀’이라는 알루미늄 드립 필터를 이용해 천천히 추출합니다. 이 방식은 커피를 진하게 뽑아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며, 약 5~7분간 천천히 추출되는 과정에서 커피의 풍미가 한층 깊어집니다.

4. 다양한 변형 버전: 카페 쓰어 뜨엉, 에그커피 등
★ 카페 쓰어 뜨엉(Cà phê sữa tươi)
전통적인 연유 대신 우유를 사용하는 현대적인 변형 버전입니다. 다소 연한 맛이지만, 칼로리가 낮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입니다.
★ 에그커피(Cà phê trứng)
연유 커피에 달걀 노른자와 연유를 섞어 만든 크림을 얹은 고급 커피로, 하노이에서 탄생한 독특한 스타일입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디저트와 커피의 중간 같은 느낌을 줍니다.
5. 세계화되는 베트남 연유 커피
★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
최근 몇 년 사이에 베트남 연유 커피는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카페 프랜차이즈들도 ‘베트남식 커피’를 메뉴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G7, Trung Nguyên 같은 브랜드가 연유 커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인스턴트 제품화하기도 했습니다.
★ 여행자들의 인기 기념품
베트남을 찾는 여행객들은 연유 커피를 기념품으로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유, 핀 드리퍼, 로부스타 원두, G7 믹스 세트 등은 공항 면세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베트남의 맛을 집에서도 재현할 수 있습니다.
6. 집에서 만드는 카페 쓰어 다 레시피
재료
- 베트남 로부스타 원두 또는 G7 블랙 커피
- 연유 1~2큰술
- 얼음
- 까페 핀 또는 프렌치 프레스
만드는 방법
- 컵에 연유를 넣는다.
- 까페 핀에 커피를 담고 뜨거운 물로 천천히 추출한다.
- 추출된 커피를 연유 위에 붓고 잘 저어준다.
- 얼음을 넣고 차게 즐긴다.
팁: 까페 핀을 사용할 경우, 물을 2번에 나눠 붓는 것이 커피 향을 살리기 좋습니다.

결론: 연유 커피는 베트남의 역사이자 문화
연유 커피는 단순한 커피 음료가 아니라 베트남의 역사, 문화, 기후, 시대적 제약이 만든 창의적인 발명품입니다. 냉장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 프랑스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된 이 커피는 이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진하고 달콤한 한 잔에는 베트남의 열대 더위, 프랑스 식민지의 그림자, 그리고 베트남인들의 창의성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당신도 오늘 한 잔의 연유 커피를 통해 베트남의 깊은 이야기를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요?